심심해서 펌질이나 -_-;;;;

심심해서 펌질이나 -_-;;;;

아켄 14 5,913
[단편] 싸이코



햇살이 좋은 날이었지. 적당히 부는 바람도 기분 좋을만큼 서늘했고. 난 그 햇살과 바람에 흔들

리는 나뭇가지를 보고 있었어. 녹음이 우거진 숲속에 내가 서 있었거든. 햇살과 바람에 흔들리는

나뭇가지, 이름모를 풀벌래 소리, 간혹 새와 나비가 날아와 추는 춤은 숲속에서의 시간을 지루하지

않게 해주곤 해. 문제는 자연이 마련해 준 오케스트라의 매혹적인 선율에 끼어드는 불협화음이야.

노래를 듣다보면 그런 잡음이 거슬리곤 하지. 만약 내가 듣고 있는게 MP3플레이어 였다면 당장 음

악을 정지시켰겠지만 여기선 그럴수가 없잖아.



"이봐요. 좀 조용히 하라고요."

"끄윽... 끄... 꿀럭..."



사람을 죽인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야. 저번에 길가다가 우연히 시비가 붙은 취객을 죽여버린적이

있거든. 그렇다고 날 미치광이 연쇄살인마로 오해는 하지 말아줘. 왜냐하면 먼저번의 그 취객이나

이녀석이나 다 죽을만한 이유가 있었거든. 사람이 사람을 죽일땐 말야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거라

고. 두 유 언더스텐드?



그날은 궁상맞게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밤이었어. 왜 영화같은데 보면 사람이 죽기전엔 비가

오거나 혹은 음산한 분위기가 조성되잖아. 뭐 가끔은 화창한 날에도 죽긴 하지만 그런 예외적이 경

우는 논외로 치자고. 아무튼 그런 의미에서 그날밤은 사람이 죽기엔 딱 안성맞춤이었지. 난 담배를

사기 위해서 슈퍼마켓으로 향하던 길이었고, 맞은편에선 왠 양복입은 놈이 우산도 안쓰고 비틀거리

면서 걸어오더라고. 한눈에 보기에도 소주 두어병은 마신것 같았어.



"크헤헤, 딸꾹... 김부장 이새끼 말야..."

"......"



그 남자와 가까워 질수록 심장박동 소리가 점점 더 커져갔어. 난 불안했지. 왜냐하면 그 취객이

웬지 나한테 시비를 걸 것 같았거든. 귀찮은 일에 휘말리는 건 질색이었단 말야. 그리고 얼굴을 알

아볼 수 있을 만한 거리에서 그가 본색을 드러냈어. 갑자기 어떤 집 대문앞에 놓여있는 쓰레기 봉

투를 걷어차버린거야. 그리고는 괴성을 질러대면서 토악질을 해대더군. 난 얼른 그 남자를 지나가

버렸지.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어.



"신발에 음식물 찌꺼기가 뭍었네?"



사건의 경위를 내가 정확하게 설명해줄게. 술취한 남자가 쓰레기 봉투를 발로 찼고, 봉투의 경질

이 그 남자의 발에 실린 무게를 감당하지 못했던 거야. 결국 쓰레기 봉투가 찢어지면서 그 속의 내

용물이 사방으로 날아갔고, 그 중의 일부가 내 신발에 뭍게 되었던 거였어. 이렇게 술마시고 다른

사람에게 피해주면 안되는 거잖아.



"어이 아저씨."

"우에엑. 우윽... 뭐? 넌 또 뭐하는 놈이야?"

"아저씨가 쓰레기 봉투를 발로 차서 제 신발에 음식물 찌꺼기가 뭍었어요."

"뭐? 뭐라고? 우웨엑..."



주르르륵

다량의 토사물이 내 신발뿐만이 아니라 바지에까지 튀었어. 정말이지 이러면 안되는 거잖아. 신

발이 온통 토사물로 젖다니 생각해봐 너 같아도 화나겠지? 하지만 딱히 죽이려던 것은 아니었어.

벽에다가 머리 몇번 찧는 정도로 사람이 죽을줄은 몰랐다는 말이야. 아무튼 그렇다는 말이지.



"끄으으... 꿀럭꿀럭..."

"조용히 좀 하라고."



잠깐 딴 생각을 했는데 어쨌든 난 자연을 사랑하고, 자연이 주는 대가없는 사랑에 감동을 느껴.

얄팍한 감정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속물들 따위와는 전혀 다르지. 차원이 달라. 자연은 항상 그자리

에서 우리를 보듬어주거든. 하지만 그걸 모르는 사람들 때문에 속상해. 이 녀석도 마찬가지야. 각

박한 현대사회 속에서 한줄기 오아시스 같은 숲속에 노상방뇨라니? 그게 어디 될법한 소리냐고. 고

작 손가락만한 카터칼로도 쉽사리 죽는 연약한 바이러스 주제에.



어쨌든 하늘은 푸르고,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, 이름모를 풀벌래 소리가 환상적인 하모니를

선물해주는 이 숲을 난 사랑해. 그런데 지금 저게 뭐지? 노랑색 옷을 입은 저 작고 귀여운 아이들

이 돗자리를 깔고 있잖아. 유치원에서 단체 소풍이라도 온건가? 난 어린이들을 좋아해. 그리고 이

건 내 개인적인 생각인데 인간들 중에서 자연과 가장 가까운 존재는 어린이가 아닐까 싶어. 근데

말야 그 돋자리, 설마 그걸 잔디위에 깔아서 소중한 잔디를 짓이겨 놓으려는건 아니겠지?



그러면 안되는 거잖아.



[끝]




심심해서 웃긴대학 공포란에서

제가 갠적으로 좋아하는 히루리카님 글 퍼왔어염 ~_~;;;

잼나게 보세요오~ 

Comments

명랑!
emoticon_019 
David Kim
흠...... 너무 무서운거 아니여요..이러다가 나도 싸이코가 될것 같다는~ ㅜ.ㅜ 
헤라
거참 ..대략 섬뜩...아름다운 이야기도 올려주세요... 
아켄
emoticon_008 주무기 맞습니다아~ 흙흙흙~ 
★쑤바™★
저 싸이코 내 칭구야-_-; 
일레인
또 우시네.....ㅋㅋㅋ
우시는게 주무기이신가봐요.....호호호호호호 
보라마녀
울지마세요 emoticon_080 
아켄
emoticon_008 
cooljazz
ㅋㅋㅋㅋ
민감하시기능... 
아켄
제목 그대로 주인공이 사이코이구요
말도 안되는걸 자기합리화 시키면서 사람들을 죽인다는거죠;;;
마지막  그냥 잔디위에서 즐겁게 노는 아이들도 곧 죽일거라는 결말이죠;;;;
재미없나요 ㅠ_ㅠ?;;; 저만 재미있는건가;;;; 쿠쿡; 
아켄
무섭게 보라고 올린건 아니구요;;;;
그냥 전 짧은 소설 보듯 잼나게 봤었던거라 ;;;;
스토리랑 아이디어가 신선하지 않나요 ??; ;;;;;;; 
보라마녀
emoticon_118 저두 이해못하겠다는... 
아수라백작
나둥....안무서운데....emoticon_016 
cooljazz
움..내용이해를 못한건가...왜 안무섭지..ㅡㅡ;;;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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